필자는 개인적인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 2009년 4월 서울 모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앞 둔 하루 전날 레지던트가 와서 메모를 해주면서 의료기기를 사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의료기기는 마취가 제대로 되는지를  모니터링하는 데 아주 중요한 소모품성 의료기기였죠.
필자는 이미 5번의 입원수술 경험이 있었지만 환자에게 직접 의료기기를 사라는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당혹스럽고 또 필수적인 의료기기를 환자가 구입해야하는 의료 시스템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의료기기임에도 정작 지하1층에 위치한 조그마한 의료기기점에서는 '의사의 처방전'이나 '허락서(?)'를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청각학과가 도입된 지도 10년이 넘었고 600여명의 청능사가 존재하여 그 전문성이 확인되었음에도 아직도 청능사 업무에 의사의 허락 운운하는 의협을 보면서 대한민국 의료계의 모순에 안타까움을 느껴 포스팅을 하게됩니다. 


한국의 건강시사전문지임을 내세우는 헬스코리아의 이동근기자의 2009년 8월 14일자 기사가 한 포털사이트 청능사 동호회 카페에 링크가 되었습니다.
 
기사 제목은  <의협 “의사 허락없이 보청기 팔면 안돼”> 였는데 필자는 그 기사 제목만 보고서도 우리나라 최고 지식층인 의협에서 어떠한 법적인 근거로 저런 주장을 하였을까하는 강한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최근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있는 'SSM'이란  키워드였습니다.
의협은 대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또 보청기전문점은 동네 슈퍼마켓으로 연상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요? 

그러나 차분하게 기사를 읽어나갔습니다.


<출처 : 헬스코리아 인터넷신문 기사 캡쳐화면>

내용은 한나라당 신상진의원이 발의한 '청각사 자격 신설에 찬성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의사 지도없는 청각사의 보청기 판매 등에 따른 국민들의 청력장애 등의 부작용 방지를 위해 1급 청각사의 청각업소 개설 규정 신설에는 반대한다.'라는 내용 등이었습니다.  

먼저 사회는 다변화되고 있고 그 전문성 역시 깊고 다양해지는 현대사회에서 모든 일이 의사의 직무로만 생각하는 의협이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보청기를 포함하는 의료기기는 과거에 <약사법>에서 다루어졌지만, 과학의 발달로 의료기기가의 종류가 다양화되고 보다 체계적인 법률적인 관리를 위해 2003년 5월 29일 <의료기기법>이 신규 제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의료기기법 제16조>에 의해 요건을 갖추고 의료기기판매업을 신고하고 지자체 보건소에서 실사까지 받으면서 의료기기판매업체로 등록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엄연한 관련 법 체계하에서 합법적으로 의료기기(보청기)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협의 주장에서 비자격자가 보청기를 판매한다는 뉘앙스를 풍깁니다만, 대부분의 보청기전문점 종사자는 국가등록민간자격증인 청능사(audiologist) 자격증을 청능사자격검정원에서 검증시험을 통해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도 벌써 10년 전부터 청각학 관련 대학/대학원이 설립되었고 현재 수십명의 석박사를 배출하였고 심지어는 국내 대학에서 교수로 임용되어 후배 양성도 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국내에도 청각학이 학문적인 자리매김을 하였고 그 졸업생이 사회일선에서 훌륭하게 청능재활에 임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주지하셔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협의 '의사의 허락'이라는 표현은 존엄한 직업을 갑과 을 관계로 보는 것이라고 봅니다. 마치 의사가 제약업계를 보는 시선과도 같은 것입니다. 안경도 안경사라는 국가제도가 있고 안경사의 독자적인 업무로서 안경 판매가 이루어지는 국내 안경산업과의 형평성에도 맞지않는 주장입니다.

안과의사가 안경사 업무를 대상으로 제기한 헌법소원의  판례
(헌재 1993.11.25, 92헌마87, 판례집 제5권2집 의료기사법시행령 제2조에 대한 헌법소원)
를 보면 헌법재판소는 안경사의 독립적인 직업영역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신상진 의원이 개정하고자하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 목적을 잘 이해하셔야 합니다. 


[제1조 목적] 
이 법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진료 또는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자(이하 "의료기사"라 한다), 의무에 관한 기록을 주된 업무로 하는 자(이하 "의무기록사"라 한다), 시력보정용 안경의 조제 및 판매를 주된 업무로 하는 자(이하 "안경사"라 한다)의 자격·면허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의 보건 및 의료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법의 목적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진료' 또는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여야만 '의사의 지도'를 요합니다. 따라서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 업무가 아닌 의무기록사나 안경사는 의사의 지도를 요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시력보정용 안경의 조제 및 판매'를 하는 안경사와 유사한 업무를 하는 '청력보정용 보청기의 조제 및 판매'를 하는 청능사 역시 의사의 지도를 요하는 것은 억지라고 봅니다. 

필자 역시 청능사로서 무조건적인 청능사의 입장만을 대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협의 주장대로  보청기로 인한 청력장애 우려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에 대한 문제점 및 대안에 대해 공개토론을 하고 또 <의료기기법>이라는 현행법 내에서 충분히 검토하면 될 것입니다.

현재 전 세계는 신종플루로 인해 건강권이 위협당하고 있으며, 어제 우리나라도 신종플루로 인해 첫 사망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진정 국민건강권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길 바라옵고, 신종 플루를 감독하는 '질병관리본부'에서도 난청을 만성질환으로 분류하고 치료방법이 없고 보청기에 의한 재활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의 노인성난청에 대한 입장
(내용출처 :
www.cdc.go.kr)

노인성난청 :난청은 흔한 만성적 질환 중 9번째 질환이다.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청력상실을 노인성난청이라고 한다.
감소된 청력을 근본적으로 복구시키는 치료는 없으며 단지 소음이나 이독성 약제 등의 난청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들을 피하고 보청기를 이용한 청각의 재활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 노인성 난청의 재활 ]
노인성 난청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방법은 보청기의 활용
이다.
65세 이상의 전체 노인중 약 40% 가까운 노인들이 난청을 호소
전체 보청기의 65% 정도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사용된다.
보청기는 청력을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리의 증폭을 통하여 청력손실을 보조해주고 청력역치를 낮추어 보다 쉽게 의사소통을 돕도록 한다.



따라서 보청기 판매는 의료행위가 아닌 (청력)보정행위인 것입니다.

서두에서도 밝혀드린 바와 같이 필자의 고등학교 졸업 직후 부터 6차례의 대학병원에서의 수술로 평소 '의사선생님'을 존경하고 있으며, 또 의료계의 어려움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에 다시 한번  국민의 청능재활에 있어서 무엇이 효율적인가에 대해서 이해집단으로서가 아닌 진정으로 국민의 입장에서 특히 난청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의 입장에서 관련법안 발의자이신 한나라당 신상진의원과 관련 학회 및 단체가 함께 공개 토론하는 날이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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