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의사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MP3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니는 젊은이다. 미래의 고객이니까. 웃자고 만든 말이지만, 반은 사실이다. 사람의 귀는 매우 넓은 가청영역을 가지고 있어서 귀에 통증을 느끼는 소리의 크기는 가까스로 듣는 최소 소리의 100만 배에 이른다. 소리가 작을수록 더 크게 증폭시켜 주는 기능이 청각에 있기 때문이다. 조용한 데서 시끄러운 데로 옮기면 증폭률이 커서 순간적으로 시끄럽게 느끼지만 곧 증폭률이 작아져 크게 불편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 적응 기능은 대부분의 감각기관이 갖는 기본 특성의 하나로, 이 기능이 없다면 많은 곳에서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코를 감싸고 다녀야 할지 모른다.

음파가 귀에 도달하면 고막을 진동시키고, 이는 마이크와 음성신호처리기를 통합한 기능을 수행하는 달팽이관으로 전달된다. 사람의 달팽이관은 약 3㎝ 정도 길이의 원뿔을 말아 놓은 모양인데, 원뿔 속에 진동을 신경신호로 바꾸는 섬모세포가 있다. 원뿔의 축을 따라 배열된 약 2500개의 내부섬모세포는 각각 특정한 주파수의 기계적 진동을 전기적 신경신호로 바꾼다.

바깥쪽에 3, 4열로 배열된 약 8000개의 외부섬모세포가 소리의 세기에 따라 증폭률을 조정하는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외부섬모세포는 직경이 약 9미크론이고 길이가 수십 미크론인 원통 모양의 세포로서, 전기적 신경신호에 따라 길이가 바뀌어 기계적 진동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작은 소리의 세기가 신경신호로 바뀐 후 다시 더 큰 소리 진동으로 증폭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기계적 소자는 전기적 소자보다 내구성이 약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수 미크론짜리 정밀기계가 일 초에 수천 번의 진동을 하며 80년 이상을 작동해야 한다. 매우 힘든 일이다. 따라서 외부섬모세포는 망가지기 쉽고, 잘 보호돼야 할 필요가 있다. 실지로 노령기 청력 장애의 많은 경우 고주파 영역의 외부섬모세포 증폭 기능의 상실이 원인이다.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옆 사람에게도 들릴 정도로 커지면 증폭할 필요성이 없을 뿐더러 세포에 무리가 가기 시작한다. 사람이 느끼는 소리의 세기는 비선형적이어서 실지로는 10배 크기의 소리가 2배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결국 외부섬모세포는 기능이 약화돼 작은 소리를 증폭하지 못하게 된다. 보청기는 작은 소리를 증폭해 들려주지만 크기와 소비전력의 제약조건으로 인해 아직 인간의 귀와 같이 자연스러운 증폭률 조정을 하지 못한다. 나중에 이비인후과를 찾아가기 싫다면 MP3의 볼륨을 작게 하여 귀를 단련시키는 것이 좋다.

반대로 외부섬모세포의 증폭률이 너무 큰 상태로 머물면 아무 소리가 없어도 주위의 미세한 잡음을 증폭해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느끼게 된다. 이러한 이명증의 경우 순간적으로 큰 소리를 들려주면 외부섬모세포의 증폭률이 정상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각각의 섬모세포들은 특정한 주파수 영역에서만 동작하므로, 증폭률의 조정도 주파수 대역별로 일어난다.

새로운 시대의 전환기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고, 소리별로 증폭률을 적절히 조정해 많은 소리를 골고루 듣는 것이 중요하다. 음성신호를 변환하는 내부섬모세포보다 증폭률을 조정하는 외부섬모세포의 수가 3배나 된다는 사실은 그 중요성을 대변한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변화를 위해 충격요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충격 후에 자연복원력이 동작할 수 있도록 적절한 충격을 짧게 주는 것이 치유 가능성을 높인다.


이수영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출처 : 중앙일보 2008.02.01 18:5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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